자유게시판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하늘바다
2025.02.13 16:32 1,185 0

본문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러 나갔다.

훈련받나봐, 아니야 발등까지 딱딱하게 얼었대.

우리는 강물 위에 서서 일렬로 늘어선 배들을

비웃느라 시시덕거렸다.

한강물 흐르지 못해 눈이 덮은 날

강물 위로 빙그르르, 빙그르르.

웃음을 참지 못해 나뒹굴며, 우리는

보았다. 얼어붙은 하늘 사이로 붙박힌 말들을.

언 강물과 언 하늘이 맞붙은 사이로

저어가지 못하는 배들이 나란히

날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나란히

숨죽이고 있는 것을 비웃으며, 

우리는빙그르르. 올 겨울 몹시 춥고 얼음이 꽝꽝꽝 얼고.”


 -김혜순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41 건 - 1 페이지
제목
하늘바다 2025.07.15 866
차애린 2025.08.25 179
차애린 2025.08.10 305
차애린 2025.08.04 327
차애린 2025.06.25 728
차애린 2025.06.25 524
차애린 2025.06.25 526
차애린 2025.06.25 514
하늘바다 2025.06.22 539
하늘바다 2025.06.22 544
차애린 2025.05.08 963
하늘바다 2025.05.04 1,483
하늘바다 2025.05.04 960
차애린 2025.05.04 903
하늘바다 2025.03.31 1,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