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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 경제에 밀려난 한글날

하늘바다
2020.11.02 12:33 1,92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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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지난 2016년 10월9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시민들이 아스팔트에 분필로 한글을 쓰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 2016년 10월9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시민들이 아스팔트에 분필로 한글을 쓰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1990년 11월2일 공휴일 많아 경제활동 효율성 떨어진다?
 

어느덧 2020년도 달력이 두 장 남았습니다. 올해 공휴일은 총 몇 일이었을까요? 포털에 검색해보니 ‘총 67일’이라고 뜹니다. 한글날 이후 손꼽아 기다리는 공휴일은 크리스마스뿐이네요.
 

[오래 전 '이날'] 11월2일 경제에 밀려난 한글날

30년 전 오늘,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졌습니다. 이날 경향신문에는 ‘1991년부터 법정공휴일 이틀 줄어든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국군의날(10월1일)과 한글날(10월9일)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하고,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 월요일에 쉬도록 한 ‘익일휴무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는데요. 이에 따라 당시 연간 19일이었던 법정공휴일이 17일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국무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의날과 한글날을 법정공휴일에서 뺀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박필수 당시 상공장관, 최영철 노동장관, 이연택 총무처 장관은 “세계 80개국의 평균 공휴일이 13~14일인데 비해 우리의 공휴일은 19일로 상대적으로 많다. 가장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10월에 휴일이 편중돼 과소비 풍조를 조장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정공휴일을 줄였다”고 했습니다.
 

[오래 전 '이날'] 11월2일 경제에 밀려난 한글날

정부 설명에서 ‘가장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10월’이라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으신가요? 정부는 이렇게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10월에 7일씩이나 쉬게 되면 하루 8000여억원 상당의 생산 감소, 1억8400만 달러의 수출 손실을 보게 된다. 게다가 지난 10월부터 주당 근무시간이 46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돼 업계의 사정이 어려워 휴일 축소가 불가피하다”고요. “토요일 휴무를 실시하는 회사가 전 사업장의 3%를 넘어서는 등 기업체 사정에 따라 휴일을 조정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기 때문에 관공서 휴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네요.
 

‘공휴일이 많으면 경제 활동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정부 측 주장에 노동계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적당한 휴식이 오히려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현재 노동자들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이 아직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휴일도 부족하다”고 말입니다. 이틀 간의 유급휴일이 없어진 데 따른 실질임금 하락을 보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동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1991년부터 국군의날과 한글날은 공휴일에서 빠졌습니다. 하지만 한글날은 2013년부터 다시 법정공휴일이 됐습니다. 2012년 12월28일 개정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서요.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되기까지 한글 관련 단체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건범 당시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2012년 10월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앞에서 ‘도끼 상소’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도끼 상소는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 도끼로 내 목을 치라’는 뜻에서 도끼를 둘러메고 왕에게 상소한 것인데요. 이 대표는 당시 조선시대 유생 복장을 하고 “경총은 한글날 공휴일 반대의견, 제발 거두옵소서!”라고 외쳤습니다.
 

한글날이 다시 법정공휴일이 된 2013년에 시민들은 “한글날 정말 쉬는 거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부 달력은 여전히 10월9일이 검은색으로 표시돼 있어 혼란을 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5대 국경일 중 법정공휴일이 아닌 날은 제헌절뿐입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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