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날']지독했던 '남아선호', 조금씩 나아졌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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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병원 신생아실에 신생아들이 누워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1년 5월24일 ‘남아선호도 크게 낮아졌다’
‘116.5’. 1990년생 신생아의 성비입니다. 여아가 100명 태어났을 때 남아는 116.5명 태어났다는 뜻이죠. 자연 상태에서 신생아 성비는 103~107 사이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116.5라는 ‘자연스럽지 못한’ 신생아 성비는 80~90년대의 지독한 남아 선호 사상이 낳은 비극입니다. 하필 그때쯤 기술의 발전으로 태아 성별 감별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여아들이 살아보지도 못한 삶을 마쳐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점차 나아졌습니다. 30년 전 이날 경향신문은 성인들의 남아 선호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전했습니다. 조사는 여성개발원(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년도 8~9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1991년 5월24일 경향신문
조사 결과 ‘대를 잇기 위해 아들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지난 1985년 71%에서 1991년 53%로 낮아졌습니다. 아들을 선호하는 경향은 여성(50.8%)보다 남성(56.7%)에서 좀 더 높았습니다. 반면 ‘아들을 못 낳으면 부인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응답은 여성이 42.1%로 남성(30.7%)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역벌로 보면 도시 지역보다 군 단위 지역에서 남아 선호도가 더 높았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성평등·성역할 의식도 함께 조사했습니다. ‘여성은 직업적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비율은 70%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일수록, 도시 거주자일수록 찬성 비율이 높았습니다. ‘여성 정치 참여의 장애가 사라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방의회에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10명 중 8명이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미처 사라지지 않은 성별 고정관념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능력이 같다면 여자보다 남자를 취직시켜야 한다’는 의견에 과반 이상인 65%가 찬성했습니다. 1985년의 72.1%에 비하면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46.8%는 ‘여자는 남자보다 통솔력·지도력이 낮다’고 했으며, ‘남편이 바람을 피우더라도 부인은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응답도 절반 수준인 50.6%로 나타났습니다.
김상민 기자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1985년 연구결과와 비교할 때 다소 진보적인 쪽으로 변화는 있었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인 성차별과 성역할 고정관념이 깊이 내면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 관련 법·제도의 재정비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연구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여성의 의식과 생활실태에 관한 연구’를 검색하면 당시 작성된 연구보고서를 볼 수 있습니다.
남아 선호도가 줄면서 신생아 성비도 1990년 이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2020년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신생아 성비는 자연 성비 범위인 104.9명이었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여자 아이가 평등한 삶을 살아갈지 고민하면 여전히 물음표가 남습니다. 보다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가야겠습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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