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여성 가구주들의 삶···“고달프지만 재혼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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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여성 경력단절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1980년 3월7일 ‘여성 가구주 백태’ 건강·가난이 가장 큰 문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여성 가구주는 전체의 31.2%인 622만4000가구로 조사됐습니다.
‘가구주’란 주민등록상 세대주와 관계없이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40년 전에는 어땠을까요? 1980년 3월7일자 경향신문에는 당시 여성 가구주들의 생활실태를 엿볼 수 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980년 3월7일자 경향신문 5면 갈무리.
당시 보사부(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85만 여성가구주 가운데 50세 미만의 2041개 표본가구를 선정, 생활수준과 재산상태, 직업, 건강, 생활태도 등을 조사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여성 가구주 중에는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가 전체의 64.3%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은 이혼녀 19.9%, 배우자 실종 등 기타 가구가 11.1%로 나타났습니다. 미혼 여성가구는 4.7%였네요.
이들 여성가구주들의 절반 이상은 단순노무직(27.1%)이나 판매업(25.6%)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직 또는 전문기술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7.3%였고 서비스업은 4.8%에 불과했습니다.
소득은 어땠을까요?
당시 여성가구주의 월평균 소득은 8만4000원이었습니다. 1978년 우리나라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비지출액 12만7710원이었으니 이를 크게 밑돌았네요.
주택소유울은 자가가 39%, 전세 24.3%, 월세 27.6%, 기타 9.1%로, 전체 여성가구주 중 미혼녀, 이혼녀, 배우자 실종의 가구주들이 대부분 자기집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사에서는 여성 가구주 실태조사가 ‘젊은층의 결혼관 및 세태’를 반영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인 25~30세까지의 여성가구주 중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는 31.8%인데 비해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이혼을 한 경우는 전체의 50%를 차지했습니다.
교육정도에서도 이를 엿볼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와 이혼녀는 대학졸업 학력이 각각 1.2%, 2.9%인데 비해 미혼녀 가구주는 10.4%가 대졸 학력을 가진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여성 가구주 가운데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1.8%에 불과했습니다. 괴롭거나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이는 41.6%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본인의 건강과 수입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는데요, 그럼에도 배우자가 없는 삶이 나았던 것일까요?
이들 여성 가구주들에게 ‘재혼의사’를 물어본 결과 ‘재혼할 수만 있다면 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자료 : 통계청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중
이후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여성 가구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지난해 7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 가구주는 전체의 31.2%인 622만4000가구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2000년(268만3000가구)보다 12.7% 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는 20년 만에 두 배가 넘는 291만4000가구로 불어났습니다.
여성 가구주 가운데 미혼 여성 가구주는 23.9%인 148만7000가구로 집계됐습니다. 10년 전보다 45.9%나 증가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미혼 여성 가구수가 39.7%로 가장 많았고 30대(28.6%), 40대(16.6%), 50대(7.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여성 가구주는 양적으로 빠른 증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고용의 질은 여전히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 여성 고용률은 2017년보다 0.1%포인트 상승한 50.9%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남성 고용률(70.8%)은 하락하면서 남녀 고용률 차이(19.9%포인트)가 전년(20.4%포인트)보다 좁혀졌습니다. 남녀 고용률 차이가 20%포인트 미만으로 낮아진 것은 처음입니다.
그러나 여성 고용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41.5%로 나타났습니다. 여성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인 셈입니다.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6.3%를 유지한 것과 대비됩니다.
또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고용이 불안정한 시간제노동자입니다. 그 비중은 2016년 50%를 넘어 지난해(53.6%)까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결혼을 의무로 느끼는 여성 비율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결혼을 해야한다’고 답한 여성 비율은 43.5%로 2년 전인 2017년 보다 4.1%포인트 줄어들었습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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