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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 옆 사진관] 공항으로 떠나는 여행

sungmin
2020.10.17 13:02 2,52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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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모든 여행이란 공간적 아닙니까. 한 혹성에서 다른 혹성으로 가는 것은 마치 건너편에 있는 농장으로 가는 것과도 같은 거죠. 당신이 이 방에 들어왔을 때 당신은 하나의 공간 여행을 한 것이지요.” - 보르헤스, <셰익스피어의 기억 - 지친 자의 유토피아>, 민음사
 

코로나19로 지친 자들이 유토피아를 꿈 꾸며 여행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의 소설 작중 인물의 말처럼, 여행이란 간단히 공간 이동이라고 정의한다면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는 지점에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어떤 ‘곳’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곳으로 ‘가는 것’이 아마도 여행이리라.
 

떠남의 과정에 착안한 여행 상품이 등장했다. 어디를 가기 위한 항공기 탑승이 아닌 비행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원점회귀 비행기 여행. 외국의 까다로운 방역 수칙과 귀국 후의 자가격리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비싼 돈 들이지 않고 공항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여행도 있다. 비행기를 타는 여행이 아니라 비행기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의 여행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부근에 위치한 하늘정원 공원은 활주로처럼 펼쳐진 들판에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지금은 억새, 코스모스, 핑크 뮬리 군락을 거닐며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하늘정원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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